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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39: 12월 31일의 추억 (12/31/2023)

admin_p 2023.12.31 04:21 조회 수 : 79

어느덧 오늘이 올해 마지막 날인 1231일입니다. 참 세월이 빠릅니다. 1231일 하면 생각나는 어릴 때 추억이 몇 가지 있는데, 그중 두 가지가 떠오릅니다.

 

첫 번째는, 어릴 때 부모님이 섬기시던 교회의 송구영신예배에 참석했던 기억입니다. 제가 국민학교(초등학교) 1학년 때 이촌동에서 반포 쪽으로 이사했는데, 부모님은 교회 직분자이시기에 원래 다니던 교회에서 계속 섬기셨습니다. 두 분은 주일만 되면 거의 종일 교회에 계시다 밤이 되어서야 돌아오셨기 때문에, 당시 어렸던 저와 동생은 새로 이사한 동네에 있는 교회에 다니도록 하셨습니다.

 

그래도 매년 1224일과 31일이 되면 부모님이 다니시는 교회에 같이 갔는데, 24일 저녁에는 여러 팀이 나와서 우리 교회가 하는 것과 비슷하게 발표회를 했고, 31일에는 송구영신예배를 드렸습니다. 그때는 소위 ‘0시 예배라고 해서 1231일 밤 12시 자정에 예배를 시작했기에, 당시 어렸던 저는 졸음을 참느라 애를 썼고, 저보다 5살 밑이었던 동생은 아예 처음부터 장의자에 누워서 잤던 기억이 납니다.

 

송구영신예배를 간신히(?) 마치고 나면 밤 1시를 훨씬 넘긴 늦은 시간이었는데, 그 교회 담임목사님은 그때부터 가정별로 안수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 가족도 항상 차례를 기다려 안수기도를 받았는데, 하필 그 목사님은 한국부흥사협회 임원을 지내실 정도로 엄청 뜨겁게(?) 기도하시는 분이라, 제 차례가 되었을 때 머리를 꽉꽉 누르며 열정적으로 기도해주시다가 침이 튀었던 기억도 납니다.

 

두 번째는 제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있었던 일입니다. 중학교 때 잠실로 이사 갔다가 고1 때 다시 이촌동 쪽으로 이사했는데, 그때는 친구가 중요한 시기였기에 저는 교회를 옮기지 않고 원래 다니던 교회에 계속 다녔습니다. 그러다 그해 1231일에는 송구영신예배를 부모님이 다니시던 교회가 아니라 제가 다니던 교회에서 드리게 되었고, 예배가 끝나니 새벽 1시가 훨씬 넘었습니다. 밤이 늦었으니 교회에서 자고 아침에 집으로 가거나 친구 집에서 잘 수도 있었지만, 왜 그랬는지 저는 그 밤에 집으로 가야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때는 엉뚱한 면이 꽤 많았던 것 같습니다.

 

어쨌든 버스는 이미 다 끊어졌고 택시를 잡을 수도 없어서, 걸어가기로 작정하고 신반포에서 이촌동까지 걷기 시작했습니다. 사실은 평소에 버스를 타고 다니면서 이 다리를 언젠가 꼭 걸어서 건너보리라.’ 하고 생각했었는데, 마침 그렇게 할 기회(?)가 주어져 용감하게(사실은 무모하게) 그 새벽에 한강 다리를 건넌 것입니다.

 

그때 반포대교를 건너가는데 차가 아주 가끔 지나갈 뿐, 정말 아무도 없고 아주 조용했습니다. 다리 근처는 가끔 불량배들이 나타나는 곳이기도 했지만, 그때는 전혀 무섭지 않았고 오히려 차가운 밤공기에 상쾌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눈발도 약간 날렸는데, 가로등 불빛에 비친 눈 내리는 강물이 참 아름답기까지 했습니다.

 

다리 중간쯤 걷고 있는데 갑자기 차 한 대가 지나가다 서더니 누군가 창문을 열고 , 준원아!” 부르는데, 보니까 같은 교회 고등부 교사인 청년부원이었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같이 차 타고 가다가 다리 위에서 저를 발견하고 깜짝 놀라 부른 것인데, 제가 조금만 더 가면 되니 괜찮다고 하자 알았다고 하며 갔습니다.

 

그때는 그런 낭만(?)이 있는 시절이었습니다. 제 인생에 그런 추억들이 아름답게 쌓일 수 있도록 주님께서 매 순간 동행하며 보호해 주셨음에 감사를 드립니다.

 

 
 

Pastoral_Letter_939_12-31_2023-51.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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