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5~2016년 수요예배 때 1년여에 걸쳐 이스라엘과 유다의 왕들을 통해 영적 리더십을 살펴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 개인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는데, 요즘 큐티(QT) 본문인 역대하 말씀을 묵상하는 가운데 영적 지도자의 위치인 목회자로서 유다 왕들의 삶을 보며 느끼는 바가 참 많습니다.

 

2주 전 목회편지를 통해, 르호보암과 아합에게서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 발견된다고 말씀드린바 있습니다. 그런데 지난 화요일(4) 큐티를 하다가 그날 본문인 역대하 25장에서 매몰 비용의 오류(sunk cost fallacy)’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도 다룬 적이 있지만, ‘매몰 비용의 오류란 이미 지불한 비용이 아까워서 다른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지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지금까지 어떤 일에 너무 많은 열정을 쏟아 부었기에, 그 일이 잘못된 것이라도 이제 와서 그만두면 그간의 노력이 헛수고였음을 인정하는 것이 되기에 선뜻 합리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입니다.

 

매몰 비용의 오류의 쉬운 예가, 도박장에서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입니다. 도박을 하다가 돈을 조금 잃게 되면 본전을 찾으려고 계속 시도해보지만, 결국에는 남은 돈마저 다 잃어버리게 됩니다. 본전 생각이 간절해서 계속 하면 할수록 더 큰 손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는 오류를 범하는 것입니다.

 

남 유다의 8대 왕인 아마샤는, 통치 초기에 하나님의 법을 따라 다스리며 어지럽던 나라의 정세를 안정시킨 후에, 오랫동안 유다 국경 침략을 반복해 온 에돔을 정벌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러나 에돔의 군사력은 결코 약하지 않았고 그들의 성은 견고한 요새였기 때문에, 에돔을 치기 위해서는 강한 군사력이 필요했습니다. 그때 유다에서 동원할 수 있는 군대는 30만 명이었고, 병력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 아마샤는 은 100달란트로 북 이스라엘의 용병 10만 명을 고용해서 데려옵니다. 이것은 요즘 돈으로 무려 4천만 달러($40 million)가 넘는 엄청난 액수입니다.

 

그런데 바로 그때 하나님의 사람이 아마샤에게 와서 이스라엘 용병을 전쟁에 데려가지 말라고 하며 두 가지 이유를 듭니다. 첫째,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는 패역한 이스라엘 용병과 같이 나가면 패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이 전쟁의 승패는 군인의 수나 전투력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말을 들은 아마샤는 그의 말이 옳다는 것을 깨닫지만, 막상 용병을 돌려보내려고 하니까 은 100달란트를 이미 지불했다는 사실이 마음에 걸립니다. 나라가 휘청거릴 정도로 어마어마한 거금을 용병에게 투자했는데, 그들을 써보지도 못하고 그냥 돌려보낸다는 것이 너무 아까웠던 것입니다. 이에 하나님의 사람은 그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수 있다고 하며 아마샤를 격려합니다.

 

바로 이 순간은 아마샤가 매몰 비용의 오류에 빠지기 딱 좋은 때였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아마샤는 하나님의 사람의 권면을 따라 용병 십만 명을 돌려보냅니다. 그리고 하나님의 말씀에 순종하여 과감히 매몰 비용을 포기하고 에돔과의 전쟁에 나간 아마샤는 큰 승리를 거두게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전리품들을 얻게 되는데, 그것은 용병에게 지불한 은 100달란트를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는 것이었습니다.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잘못된 일인데도 이미 들인 비용이 아까워 계속한다면 매몰 비용의 오류이지만, 주님이 원하시는 일이기에 계속해서 순종하는 것이라면 아무리 손해가 나더라도 그것은 결코 매몰 비용의 오류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것을 잘 구분하며 살아갈 때, 주님께 쓰임 받는 고귀한 인생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