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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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어느 유명한 목사님의 설교에서 이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납니다. 하루는 주일예배의 설교 시간에 집사님 한 분이 열심히 졸고 있더랍니다. 그래서 목사님은 설교를 잠시 중단하고 그 옆에 앉은 다른 집사님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집사님, 졸고 있는 저 집사님 좀 깨워주세요.” 그러자 그 집사님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자기가 재워놓고 왜 나한테 깨우래?”
물론 그것은 유머였지만, 실제로 목사의 설교가 너무 딱딱하고 지루해서 교인들이 조는 경우가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설교자인 저부터가 지루하지 않은 설교를 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사실 제가 추구하는 설교는, 성경 본문에서 하나님의 진리를 찾고 그것을 삶에 적용하는 ‘강해설교’입니다. 요즘 1년 이상 마가복음을 순서대로 나가다 보니 약간 지루한 감도 없지 않지만, 매번 설교 때마다 ‘오늘 내게 주시는 말씀은 무엇일까’ 하고 집중해서 들으면 분명히 내게 주시는 하나님의 메시지를 발견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가 앞에서 보면 종종 조는 분들이 눈에 띕니다. 설교를 하다가 그런 분들이 보이면 힘이 빠지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얼마나 피곤하면 여기 와서 조실까’ 생각되어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분들의 대다수가 어쩌다 한 번 조는 것이 아니라 매주 ‘상습적’으로 조는 경우라는 데 있습니다. 그것도 믿은 지 얼마 안 된 초신자가 아니라, 교회에 아주 오래 다닌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게다가 그 중에는 직분자들도 있어서 민망할 때가 많습니다.
물론 피곤해서 어쩌다 깜빡 조는 경우는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아주 피곤한 상태에서 집회나 컨퍼런스에 참석했을 때 졸린 경우가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예배 때마다 매번 졸고 있다면, 그것은 영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냥 방치해두면 안되겠습니다.
먼저 설교자인 저도 노력을 하겠지만, 무엇보다 성도님들께서 예배 때, 특히 설교 중에 졸지 않도록 스스로 노력하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토요일 밤에 너무 늦게 잠자리에 들지 않는 것입니다.
밤 12시가 넘도록 늦게까지 드라마를 보거나 인터넷을 하거나 다른 일을 하다가 자게 되면, 사람인 이상 주일 아침에 졸릴 수밖에 없습니다. 주일예배에 와서 졸아야 할 정도로 반드시 토요일 밤에 끝내야만 하는 중요한 일은 많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다음 날이 ‘내가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지 마시고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주님의 날’이라고 생각하며 토요일 밤에 잘 준비하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설교 중에도 집중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조는 분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설교 때 눈을 감는다는 것입니다. 우리 몸은 졸리지 않은 상태에서도 가만히 눈을 감고 있다 보면 졸리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설교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눈을 감을 것이 아니라 오히려 눈을 크게 떠야 합니다. 설교자를 쳐다보기도 하고 성경 본문을 다시 살펴보기도 하면서, 마음에 와 닿는 내용을 노트에 손으로 기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오감(五感)을 사용해서 설교를 듣는 가운데 오늘 나에게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이 무엇인지를 찾으려고 애쓰다 보면 졸릴 틈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노력을 해도 졸고 있다면, 예배에 대해 또 하나님의 말씀에 대해 기대감이 없는 것이거나, 마음이 다른 데에 가 있다는 표시가 됩니다. 갈급한 마음으로 하나님께 나아가면 졸리지 않습니다. 그런 갈급한 심령을 가지려면, 주일 아침에 그냥 나와서 되지 않고, 일주일 내내 주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아야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