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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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원래 그렇게 감정적인 사람이 아닌데, 우리 교회를 떠날 날이 점점 가까워지면서 자꾸만 마음이 조급해지고 감상적으로 되는 것을 느낍니다. 평소에 늘 하던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이전에 교회에서 있었던 일들도 더 많이 기억납니다. 특히 지난주 크리스마스이브 축제 때는 이전의 장면들이 많이 떠올랐고, 오래전 함께 신앙생활을 하다가 이곳을 떠나신 분들에 대한 생각도 더 많이 났습니다.

 

게다가 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그런지 이분 저분이 같이 식사하자고 하시기에, 시간이 되는대로 그렇게 하느라 요즘 아주 바쁘면서도 감사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대부분 우리 교회 성도님들과 식사하게 되지만, 이 지역 교회협의회 목사님들도 식사하자고 하시고, 몇 시간 떨어진 곳에 계시는 미국장로교 카브넌트 대회 한인 목사님들도 만나자고 연락하신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시간이 제한되어 있기에 우리 교인 분들 외에는 만날 수가 없어서 죄송하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 이사할 준비를 해야 하는데, 집안을 살펴보니 버릴 것도 많고 가져갈 짐도 많습니다. 20년 전 이곳으로 이사한 후 아주 오랜만에 하는 이사라 어디부터 해야 할지 막막합니다. 그래도 이삿짐 회사와 계약할 때 책과 전자제품 등은 우리가 싸고 나머지는 회사에서 다 패킹하는 것으로 정했기에 훨씬 부담이 적어졌습니다.

 

지금 여기서 남은 시간은 정해져 있는데 할 일들은 많고, 또 그 일들을 전부 다 할 수는 없기에 우선순위에 따라 취사선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입니다. 그러한 상황에서 시간의 밀도가 아주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같은 24시간이라도 많은 일들을 감당하며 보내는 시간이 한가하게 보내는 시간보다 밀도가 훨씬 높습니다. 그러면서 평소에는 별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던 일들도 지금은 마음에 너무나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끝이 정해져 있는 삶을 살다 보니, 제가 지금 여기서 하는 것 중 소중하게 느껴지지 않는 일이 없습니다. 교회 목양실에 앉아 이메일을 체크하는 것도 소중하고, 서류를 정리하는 것도 소중하고, 몇 번 남지 않은 설교를 준비하는 것도 당연히 소중합니다. 지난 5년 이상 해오던 <라이브 영상 목회편지>도 몇 번 안 남았기에 아주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지난 금요일에는 새벽기도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는데 저도 모르게 제 입에서 이것도 얼마 안 남았네. 정말 얼마 안 남았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와서 스스로 깜짝 놀랐습니다.

 

얼마 전에는 화장실을 사용하고 물을 틀어 손을 씻는데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교회 화장실을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이 바로 나 아냐?’ 그렇습니다. 지난 20년 동안 교회에서 화장실을 가장 많이 드나든 사람도, 물과 비누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도, 전기를 가장 많이 사용한 사람도, 냉방과 난방을 가장 많이 이용한 사람도, 교회당에 가장 많이 온 사람도, 교회 건물 안에서 시간을 가장 오래 보낸 사람도, 바로 접니다. 그래서인지 이제 얼마 있으면 이토록 정이 든 이곳에 오고 싶어도 더 이상 올 수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갑자기 울컥했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 모든 것들로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저같이 부족한 목회자를 우리 교회의 담임목사로 세워주셔서 지난 20년 이상 귀한 성도님들과 함께 신앙생활을 하는 가운데 아름다운 추억들을 만들고 간직하며 떠나게 하시니, 그 은혜가 너무나 큽니다. 이제 남은 마지막 일주일을 정말 소중히 여기며 보내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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