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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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넷플릭스(Netflix)를 통해 공개된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KPop Demon Hunters)>(줄여서 ‘케데헌’) 열풍이 대단합니다. 공개된 지 불과 2개월 만에 넷플릭스 역사상 가장 많이 본 영화가 되었을 뿐 아니라, 3개월 만에 <오징어 게임>을 제치고 넷플릭스 모든 콘텐츠를 통틀어 가장 많이 본 작품이 되었습니다.
이 영화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아직 시청하지는 않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최근에 제 유튜브(YouTube)에 이 영화의 가장 유명한 노래인 “골든(Golden)”이 자꾸 뜨기에 들어보았습니다. 특히 그 영상은 이 곡을 부른 3인조 여성 가수들이 <지미 팰런의 투나잇쇼>에 출연하여 라이브로 노래한 것이었습니다.
이 가수들을 비롯하여 배우들과 제작진 다수가 한국계 미국인이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인터뷰한 영상들을 몇 개 보았는데, 그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울컥할 때가 많았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미국에서 태어났거나 어릴 때 이민을 와서 자란 사람들로서,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여기서 태어나거나 어릴 때 와서 자란 우리 자녀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미 팰런 투나잇쇼>에 출연한 여가수 세 명 중 한 명이 초등학교 시절의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너무나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자기는 한국 학생이 거의 없는 학교에 다녔는데, 점심으로 싸간 김밥을 먹을 때 혹시 친구들이 보면 창피할까 봐 안 보이게 가리고 재빨리 하나씩 꺼내서 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코리안 아메리칸이라면 아마 이 말에 다 공감할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다른 두 가수도 격하게 동의했고, 저도 사실 그 말을 들으며 마음이 약간 울컥했습니다. 저는 어릴 때 이민을 오지 않았기에 그런 일을 겪진 않았지만, 제가 오래전 지도했던 청소년들이 바로 그런 일들을 겪었던 것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 외에도 주인공의 목소리를 담당한 배우의 말을 들으면서도 마음이 찡했습니다. 텍사스에서 태어났다고 하는데도 한국어를 아주 잘했는데,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이번 <케데헌> 영화가 자기에게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하며 자랑스러워했습니다. 그녀 역시 여릴 때 인종 차별과 어려움을 많이 겪었음을 고백했습니다.
물론 이 영화가 악령을 쫓아내는 무속 신앙의 요소가 들어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 영화 내용 자체보다도, 여기에 참여한 여러 뮤지션들과 배우들의 스토리를 접하면서 너무나 공감했고 마음속으로 큰 울림이 있었습니다. 바로 우리와 우리 자녀들의 스토리였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이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한국 문화와 음악이 점점 주류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며 한국인으로서 뿌듯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 영화 <케데헌>은 케이팝을 소재로 하고 서울의 여러 명소가 등장하지만,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가 아니라 북미 교포들을 중심으로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입니다. 게다가 제작사가 소니(Sony)입니다. 그래서 그들의 인터뷰를 보며 더 울컥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겪은 일들이 정말 이해가 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미디어를 통한 파급 효과는 어마어마하게 큽니다. 실제로 이번 영화에 참여한 사람 중 크리스천들도 있는 것을 알았는데, 우리 자녀들이 신앙으로 잘 자라서 사회 곳곳으로 들어가 크리스천으로서 그렇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품게 됩니다. 우리 자녀들 모두 그렇게 될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