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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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일은 미국의 Mother’s Day였는데, 이번이 저에게는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맞이하는 첫 번째 ‘어머니 날’이었습니다. 저희 아들의 대학교 졸업식에 가느라 지난주에 여기에 관한 글을 쓰지 못한 것을 오늘 써 봅니다.
어머니는 작년 8월에 89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 하나님 품에 안기셨습니다. 몇 년 전부터 골다공증으로 인하여 걷는 것이 힘드셨고, 한 시간 이상 외출하는 경우 허리와 등에 통증을 많이 느끼셨습니다. 정확히 1년 전인 작년 이맘때 저희 부부가 휴가로 어머니를 방문했는데,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도 3년 반 이상 혼자 잘 지내고 계셨고, 그때 함께 이리저리 다니며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온 기억이 납니다.
그때로부터 두 달 정도 후인 7월 말에 집에서 의자에 앉다가 넘어지시면서 머리를 부딪쳐 응급실로 실려 가셨고, 결국 병원에 입원한 지 2주 만에 돌아가셨습니다. 사실 그 전날 밤까지도 산소, 혈압, 심장 등 모든 수치가 정상이었는데 갑자기 돌아가셔서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희와 함께하셨던 마지막 날 몸이 너무 힘드셔서 몇 번이나 울부짖어 기도하셨는데, 하나님께서 그런 어머니가 너무 고생하지 않도록 빨리 천국으로 데려가 주신 것이 분명했기에 슬프면서도 감사했습니다.
처음 넘어지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그다음 날 급히 비행기 표를 사서 찾아뵈었는데, 비록 이틀밖에 머물지 못했어도 그때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로부터 2주쯤 지나 다시 찾아뵈었을 때, 혼자 가지 않고 아내와 함께 간 것 역시 아주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사실은 그때 돌아가실 줄 모르고 간 것이었는데, 저희가 도착해서 뵙고 이틀 만에 돌아가셨기 때문에 그때 아내도 같이 가지 않았더라면 계속해서 후회가 남았을 뻔했습니다.
어머니는 신실한 그리스도인이셨던 외할머니의 인도로 어릴 때부터 신앙생활을 하셨는데, 나중에 아버지와 결혼하신 후에는 두 분이 교회에서 열심히 섬기시며 아버지는 장로가 되셨고 어머니는 권사가 되셨습니다. 그 후 어머니는 신학 공부도 하고 목회자가 되어 그 관계로 우리 가족이 미국 이민을 오게 된 것입니다. 주로 미군과 결혼한 한국 여성들로 구성된 미국장로교 소속 한인 교회에 사명감을 가지고 사역하셨는데, 교회가 계속 성장하면서 교회가 소속된 노회에서 강력히 지원해주어 목사 안수까지 받으셨습니다. 같은 교회에서 16년 이상 섬기고 은퇴하신 후 아버지와 함께 로스앤젤레스로 이사하여 돌아가실 때까지 사셨습니다.
어머니는 항상 기도하시던 분으로 저에게 늘 “성령 충만해야 한다. 기도를 더 많이 해. 기도보다, 성령보다 앞서면 안 된다.”라고 강조하셨습니다. 저희가 방문했을 때 떠나기 전날에는 늘 함께 예배를 드리면서 저와 아내의 머리에 손을 얹으시고 간절히 안수기도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면서 큰소리와 함께 저희 등을 손으로 세게 내려치는 안찰기도를 해주실 때도 많았는데, 어머니가 그렇게 등을 때리며(?) 큰소리로 기도해주시던 그 손길과 음성이 요즘 더욱 크게 그립습니다.
지난 주일 어머니 날을 맞이하여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특히 아들 은우의 졸업식이 겹쳐서 더 많이 생각났습니다. 더 이상 이 땅에서 만나 뵐 수 없기에 슬픈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아무 고통도 질병도 없는 저 영원한 천국에서 얼마나 기쁘게 살고 계실까를 생각하면 크게 위로가 됩니다. 그곳에서 다시 뵐 때까지 저도 이 땅에서 어머니가 가셨던 믿음의 길을 끝까지 신실하게 걸어가겠다고 다짐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