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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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교회에 부임할 때 겨우 두 살이었던 은우가 어느덧 22세 청년이 되었고, 이번 주 토요일에 대학교를 졸업하게 됩니다. 대학에 가느라 휴스턴에 데려다주고 온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4년의 세월이 흘러 졸업하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부부는 졸업식 참석과 짧은 휴가를 겸해서 일주일 동안 다녀오게 됩니다.
은우는 1학년을 마치고 워싱턴 DC 인턴십을 보내주는 프로그램에 뽑혀서 어느 정책 연구소에서 인턴십을 했고, 2학년을 마친 후에는 유명 로스쿨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으며, 3학년 때는 프랑스 파리에 한 학기 동안 교환학생으로 가서 견문을 넓히는 기회도 얻었습니다. 그 후 작년 여름에는 또 다른 대학교에서 진행하는 공공정책 프로그램에 뽑혀서 두 달 정도 다녀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4년 전 은우가 대학에 가면서 약간 염려되었던 것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때부터 입버릇처럼 자기는 돈을 많이 벌겠다고 했다는 점입니다. 어린애가 너무 돈, 돈 하는 것 같아 얘가 앞으로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약간 걱정도 되었는데, 의외로(?) 전공을 돈과 별로 관계가 없는 정치학과 인류학 복수전공으로 정하더니, 그중에도 진로의 방향을 공공정책 쪽으로 정하는 것을 보고 약간 신기했습니다.
은우 주변에는 이미 직장을 잡아서 졸업하자마자 일을 시작하면 엄청난 연봉을 받게 되는 친구들이 있는데, 혹시 그런 친구들을 보며 부러워하거나 스스로 실망이 되는 건 아닌가 했지만, 별로 그렇지 않고 오히려 담담했습니다. 의외라고 생각되어 “너는 돈을 많이 벌겠다고 하더니 돈을 못 버는 쪽을 선택했구나. 어떻게 된 거냐?”라고 묻자 꽤 감동적인 대답을 들려주었습니다.
자기가 어릴 때부터 콜럼버스에서 자라면서 느낀 것은, 이 지역은 일하러 다니기 위해 자동차가 필요한 곳인데, 가난한 사람들은 차가 없는 경우가 많아서 주로 버스를 타고 일하러 다녀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도 차가 필요할 때 마음대로 차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힘들었는데, 정말로 가난한 사람들은 대중교통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이곳에서 얼마나 힘들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콜럼버스를 비롯한 오하이오주 전체가 대중교통 시스템이 별로 좋지 않기 때문에, 차가 없는 사람들은 일하러 다니며 돈을 벌려고 해도 마음껏 다닐 수가 없는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학 내내 그런 점에 주목하며 수업이나 프로젝트를 그쪽 방향으로 많이 했고, 파리에 가서도 그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살폈으며, 반드시 쓰지 않아도 되는 졸업 논문도 일부러 그런 주제를 잡아서 썼습니다.
앞으로 로스쿨을 가고 싶어 하는데, 일단 대중교통 정책과 관련된 일을 1년 정도 한 다음에 가려고 그런 쪽으로 알아보다가, 뉴욕시에서 주관하는 교통정책 펠로우쉽(9개월)이 되어서 일단 그리로 가게 되었습니다. 가장 가고 싶어 했던 곳에 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올바른 공공정책을 세우는 쪽으로 진로를 정하여 나가겠다는 점이 참 감사하게 다가옵니다.
그런데 은우가 3학년 이후 교회 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는 것 같아서 마음이 답답했습니다. 지금도 아주 열심히 하는 것은 아니라서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하지만 하나님을 분명히 믿으며 또 두려워한다고 말하니 희망이 있습니다. 언젠가 주님께서 그를 하나님 나라의 일꾼으로 변화시켜 사용하실 것을 믿으며 계속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