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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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2월 29일 10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미국 역대 대통령들 중에서 가장 장수했습니다. 물론 재선에 실패하면서 성공한 대통령으로 불리지는 못했지만, 백악관을 나온 이후 여러 자원봉사 활동을 펼쳤고, 중동과 한반도 평화 등 세계 평화를 위해 노력한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평화상을 받음으로써, 퇴임 이후가 더 빛난 대통령으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기억되고 있습니다.
그는 퇴임 후 고향으로 내려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방 두 칸짜리 집에서 검소하게 살았는데, 그 집의 시세는 불과 $223,000였습니다. 미국의 전임 대통령으로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집에서 살았다는 사실도 놀랍지만, 그마저도 국립공원관리청에 기부했다니 더욱 놀랍습니다.
이처럼 카터 대통령은 욕심을 부리지 않고 검소하게 살았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사업가 친구들이 제공해주겠다고 하는 전용기를 사양하고 일반 여객기 이코노미석을 타고 다녔으며, 건강이 악화하기 전까지 교회 주일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봉사에 헌신할 정도로 신실한 크리스천이었습니다.
특히 카터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으로서의 프리미엄을 누리는 것을 거부하고 검소한 삶을 살았기에 더욱 존경받았습니다. 그는 다른 전직 대통령들과 달리 강연이나 기업 컨설팅을 통해 떼돈을 벌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기업 고문 같이 가만히 있어도 주어지는 여러 제의도 모두 고사했다고 합니다. 혹시 수입이 있어도 모두 카터 센터에 기부해서 공적으로 사용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퇴임 후 가 보니 고향 땅콩 사업이 완전히 무너져서 당시 100만 달러나 되는 빚을 지고 있었기에, 곧바로 사업을 처분하고 집안 재정을 회복하고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신앙을 기초로 하여 다양한 주제의 책 33권을 출간하여 빚을 갚는 데에 보탰으며, 전직 대통령 연금 21만 달러도 거기 모두 쏟아부었습니다.
카터 대통령은 세금으로 충당되는 전직 대통령 연금과 경호 비용 및 기타 경비를 크게 줄이기도 했습니다. 매년 빌 클린턴 127만 달러, 조지 W. 부시 121만 달러, 버락 오바마 118만 달러, 도널드 트럼프 104만 달러를 받는 데에 비해, 그는 그 절반도 안 되는 49만 6천 달러로 줄였습니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그게 뭐가 잘못된 거냐?”라고 반문하며 “그렇다고 다른 대통령들이 그렇게 받는 것을 탓하지 않는다.”라고도 말했습니다.
지난 1월 9일 워싱턴 DC 국립대성당에서 열린 장례식이 끝난 후 그의 시신은 고향인 조지아주 플레인스로 옮겨졌습니다. 기차 운송이 검토되었지만 “차갑고 죽은 시신이 여기저기 거쳐 가면 죽어서도 여러분을 괴롭히게 되는 것”이라고 했던 고인의 생전 요청에 따라 군용 비행기로 직접 옮겨졌습니다. 그리고 결혼 후 77년 동안이나 함께했던 아내 로잘린 여사가 2023년 11월에 먼저 세상을 떠나 시신이 묻힌 고향 마을의 연못 가장자리 버드나무 옆 묘소에 그의 시신도 나란히 묻혔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웠던 지미 카터 대통령의 인생 앞에 절로 고개를 숙이게 됩니다. 미국이든 한국이든 이런 지도자를 또 볼 수 있을까요? 그런 분들이 꼭 나오기를 바라며 기도합니다. 또한 국가 지도자만 그러기를 바랄 것이 아니라, 우리 각자도 카터 대통령처럼 매일 삶 속에서 검소함과 겸손과 섬김을 실천하며 살기를 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