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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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오늘은 2024년의 마지막 주일입니다. 정말 세월이 살과 같이 빠르다는 사실을 실감합니다. 이번 2024년이 저희 가정에는 여러 가지 면에 있어서 잊지 못할 한 해였는데, 무엇보다 저희 가정에 올해 최대의 사건은 로스앤젤레스에 사시던 어머니가 지난 8월에 소천 받으신 일입니다.
어머니는 당시 89세이셨고, 골다공증으로 허리가 아파서 잘 걷지 못하셨으며, 혈압이 높으셔서 자주 드러누우셔야 했지만, 그런 가운데 장도 보러 다니시고 음식도 만들어 드시는 등 그런대로 혼자 잘 버티고 계셨습니다. 하지만 7월 말에 집에서 넘어지신 후 회복하지 못하시고 2주 만에 하늘나라로 가신 것입니다.
넘어지시고 병원에 입원하시자마자 바로 찾아가서 뵈었을 때는 상태가 괜찮으셨는데, 두 번째 찾아뵈었을 때는 저희가 도착한 이틀 후에 돌아가셨습니다. 돌아가시리라 예상하지 못하고 방문했던 것인데, 그것도 모든 수치가 다 정상일 때 돌아가셔서 약간 당혹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감사한 일이 많습니다.
비록 마지막에는 어머니가 제대로 발음을 못 하셔서 무슨 말씀인지 못 알아들었지만, 정신은 끝까지 또렷하셨기에 서로 소통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합니다. 돌아가시기 전날에는 많이 힘들어하시며 몇 번씩 울부짖어 기도하셨는데, 그때마다 제가 함께 기도해드리니까 “아멘, 아멘” 하시며 아들 목사가 자신을 붙들고 기도해드는 것을 기뻐하시던 것도 감사합니다. 그러다 너무 오래 고생하지 않으시고 모든 수치가 정상인 가운데 조용히 하나님 품에 안기셨으니 참 감사합니다.
그때 동생네 가족과 함께 의논하여, 어머니 시신을 화장해서 4년 전 돌아가신 아버지 유골이 안장된 서울 국립현충원에 합장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 장례를 맡겼던 장의사에 어머니 시신도 맡겼는데, 화장 후 받아온 유골함에 담긴 뼛가루를 보며 “이게 어머니야”라고 하며 울컥했던 순간이 기억납니다. 또 어머니가 사시던 아파트를 다 치우고 마지막 점검을 마친 후 열쇠를 두고 나올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14년을 사시면서 저희도 늘 머물던 곳이라 뭔가 마음이 찡했습니다.
그 후 집으로 돌아왔을 때 지하 보일러에서 물이 새서 지하가 다 젖어 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래서 다음날 수리하는 회사를 바로 불렀고, 공사를 전부 마치는 데 약 3개월이 걸렸습니다. 얼마 전까지도 이것과 관련된 일을 처리하는 등 하반기 내내 이것 때문에 많은 힘을 기울여야 했던 것도 올해의 사건 중 하나였습니다.
이전에는 주일 저녁만 되면 어머니와 영상 통화를 했었는데,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집에 돌아와서 맞이한 첫 주일 저녁이 되었을 때 제가 아내에게 “이제는 영상 통화를 할 어머니가 안 계시네.”라고 하며 허전해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그러는 가운데 11월 중순에는 3일 일정으로 어머니 유골 안장식을 위해 한국을 다녀왔는데, 아주 짧은 일정 중에도 모든 것을 잘 마치고 돌아올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그러는 사이 올해의 성탄절이 다가왔고, 이맘때만 되면 성탄절 카드와 함께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우리 교회 달력을 한 부 보내드리곤 했는데, 이제는 더 이상 보내드릴 어머니가 안 계신다는 사실이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한 해를 마감하는 이때, 언젠가 내 인생도 끝날 때가 있음을 생각해 봅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신실하게 가신 믿음의 길을 저도 따라가겠다고 다시금 결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