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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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쓴 글을 무심코 읽다가 의외로 큰 도전을 받았는데, 그것은 조선시대 선조 때 포도대장 변양걸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여진족의 침입을 물리쳤고, 임진왜란 때도 큰 공을 세웠던 사람입니다.

 

1603년 변양걸이 포도대장으로서 임진왜란 후 혼란스러운 사회의 치안을 책임지고 있을 때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은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당대 최고 명문가 출신인 특진관(지금의 부총리) 유희서가 조상의 묘를 돌보기 위해 포천에 갔을 때 한밤중에 몰려온 화적떼 30여 명에 의해 칼에 찔려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사건을 조사하고 돌아온 종사관은 이번 살인사건이 왕의 큰아들 임해군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변양걸에게 보고합니다. 악랄하기로 유명했던 임해군이 유희서의 첩인 애생과 불륜관계에 있었는데, 그것을 알게 된 유희서가 항의하자 화를 참지 못한 임해군이 자신의 종 설수를 시켜 유희서를 살해하도록 지시한 것입니다.

 

이에 3(사헌부, 사 홍문관)와 유림에서 임해군을 엄벌하라는 상소가 쏟아지는데, 때마침 옥에 갇혀 있던 살인 용의자들이 줄줄이 살해되고 다른 용의자들도 하나 둘씩 사라지는 등 결정적인 증인들이 없어지게 됩니다. 그러자 설수와 함께 살인을 도모했던 박삼석이라는 자는 자신이 고문에 의해 허위 자백을 했다고 말을 바꾸면서, 포도대장 변양걸과 유희서의 아들 유일이 자신을 무고했다고 거짓 증언을 합니다. 임해군도 유일이 자신을 모함했다고 주장하며 자신의 결백을 호소합니다.

 

그러자 선조는 마침내 숨겼던 속내를 드러내며 승정원에 포도대장 변양걸을 문초하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결국 변양걸은 억울하게 파직되어 의금부에서 고문을 당하는데, 끝까지 버티는 그에게 의금부는 곤장 90대를 친 후 유배를 보냅니다.

 

이렇게 사건이 마무리 된 것 같았지만 한 달 후쯤 선조가 가뭄 때문에 구언(求言; 나라에 어려운 일이 있을 때 임금이 신하에게 바른 말을 구하는 것으로 어떤 직언을 해도 처벌하지 않는 제도)을 청하자 그때 영의정 이덕형이 왕에게 아룁니다. “포도대장 변양걸은 도적 잡는 책임을 맡고서 도리어 장을 맞고 유배되었으니 억울합니다. 도적을 잡은 것이 무슨 죄입니까? 변양걸을 사면하여 주소서.”

 

조정 대신 중 아무도 바른 말을 하지 않을 때 이덕형은 억울하게 죄를 뒤집어 쓴 변양걸을 위해 목숨을 걸고 왕에게 임해군이 도적이라고 직언한 것입니다. 이때 선조가 끝까지 스스로를 합리화하면서 자신이 무능하기에 대신이 변양걸을 두둔한다고 자책하니 이덕형은 결국 왕에게 사과하고 사직하게 됩니다. 왕의 인품이 그러하니 이덕형 같은 올바른 신하가 왕의 곁에 머물 수 없었던 것입니다.

 

임해군은 광해군 즉위 후 역모에 가담한 혐의로 유배를 가는데 유배지에서 의문의 죽음으로 허무하게 생을 마감합니다. 선조는 자신의 뜻대로 상황을 끌고 간 최고 권력자 왕이었지만, 이 모든 일들을 지켜보고 기록한 사관들에 의하여 조선 역사에서 가장 무능한 왕으로 영원히 기억되고 있습니다.

 

한편 변양걸은 무인이자 관리로서 공정함과 강직함으로 부하들과 백성들의 신뢰를 얻었고, 스스로 위험에 빠질 것을 알면서도 책임을 다함으로 역사에 자랑스럽게 자신의 이름을 남겼습니다. 이덕형 또한 곧은 신하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임해군과 선조처럼 남을 짓밟고 자기만 위해 살면 좋을 것 같지만, 역사는 그들이 아닌 변양걸의 손을 들어줍니다. 역사도 그럴진대, 심판주 하나님은 완전한 판결을 내려주십니다. 늘 보고 계시는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살아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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