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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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어 세상을 떠났습니다. 작년 중반부터는 몇몇 한국 선교사님들이 코로나19에 걸려 돌아가셨다는 소식이 종종 들려왔습니다. 대부분의 선교사님들이 선교지의 열악한 위생 환경 속에서 사역하시는데, 그래서 약간 염려가 되기는 했지만 우리 교회 협력 선교사님들의 소식을 들으면서 괜찮으시리라 생각하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열흘 전쯤, 우리 교회가 2011년부터 함께 협력하고 있는 I국의 이갈렙 선교사님 부부가 코로나19로 입원하셨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으신다고 하니 안심이 되었습니다(인터넷 보안상의 이유로 여기서는 구체적인 나라 이름 대신 영문 약자로, 실명 대신 선교명을 씁니다).

 

그러나 지난 월요일(19) 갑자기 선교사님이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접하게 되었고, 엄청난 충격을 받아 머리가 하얘지는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두 분 중 아내인 정OO 선교사님만 중환자실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에 남편 이갈렙 선교사님은 괜찮으신 줄로 알았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던 것입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이나 되고 의료체계가 무너져버린 그곳 상황 가운데, 열악하고 낙후된 병원시설에서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던 중 돌아가신 것입니다. 그래서 더 안타깝습니다.

 

그 시간에 정 선교사님은 간신히 잡은 중환자실에서 힘겹게 투병하고 있는 상태였고, 세 자녀 중 둘째가 양성 판정을 받은 채 막내와 둘이 집에서 격리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기숙사 학교를 다니던 십대 후반 나이인 큰아들이 급히 집으로 돌아와서 아빠의 시신을 화장하는 데에 가족들 중 유일하게 입회하게 되었습니다. 그 나라의 화장은 미국이나 한국처럼 시설이 좋은 화장터에서 하는 것이 아닌데다, 아직도 어린 아들이 다른 가족도 없이 혼자서 그 비극적인 자리를 지켜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파서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그때 저는 하나님께 따지듯 외쳤습니다. “하나님, 도대체 왜 저 신실한 종을 이리도 일찍 데려가셨습니까? 아직도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왜 그러십니까? 아직도 어린 저 아이들이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한다는 말입니까? 쟤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그러면서 아이들의 엄마마저 데려가시면 안 된다고 눈물로 호소를 드렸습니다.

 

어제 전해온 소식에 의하면, 정 선교사님은 코로나 음성 판정을 받은 후 퇴원하셨다고 합니다. 후유증이 심해서 계속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인데, 간호사 한 명이 함께 있으면서 돌보아주고 있다고는 하지만, 다 나아서 퇴원한 게 아니고 더 심한 중환자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퇴원을 당한(?) 것이라 참 안타까운 상황입니다.

 

왜 주님의 신실한 종들에게 이런 시련이 닥치는지 우리는 다 이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분명히 참새 한 마리도 하나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면 땅에 떨어지지 않는다.”(마태 10:29)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갈렙 선교사님이 갑작스럽게 돌아가신 것도 하나님의 뜻 가운데 일어난 일임은 분명합니다.

 

지난 12년 동안 그 나라 사람들의 영혼 구원과 제자 양육을 위해 엄청나게 많은 사역들을 감당하셨던 이 선교사님을 왜 이렇게 갑자기 데려가셨는지 우리는 그 뜻을 다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하나님의 선한 뜻이 있음을 분명히 믿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하나님은 이 선교사님의 순교를 통해 분명히 놀라운 일을 일으키실 것입니다. 그것을 소망하면서, 지금은 남은 가족들인 정 선교사님과 세 자녀를 위하여 매일 함께 기도해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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