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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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 회사를 언급하게 되어 좀 조심스럽지만, 1995년에 시애틀로 이사 갔을 때부터 저는 스타벅스(Starbucks)의 단골손님이 되었습니다. 자주 커피를 마시다 보니 골드카드 멤버가 되었는데, 한 번 커피를 살 때마다 별이 한 개씩 주어지고, 12개가 모이면 손님이 원하는 드링크나 음식 한 가지를 무엇이든 공짜로 줍니다.

   

작년 언젠가 여러 명이 같이 가서 제가 커피를 샀는데, 그 숫자만큼 별이 들어왔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체크하니까 커피 숫자만큼 별을 받은 게 아니라 딱 1개만 받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상해서 알아보니, 구입한 커피 숫자가 아니라 한 번 살 때 별 1개씩 주는 것이 그들의 방침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는 그것이 상당히 불합리하다고 생각되었습니다. 커피 100잔을 사든지 1잔만 사든지 상관없이 한 번에 별 1개씩만 주다니, 또 몇 십 불 어치를 사든지 1불 어치를 사든지 상관없이 똑같이 별 1개만 주다니,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갑니다. 어떻게 한 번에 $100을 쓴 사람과 $1을 쓴 사람에게 똑같이 별을 한 개씩 줍니까? 이상하긴 했지만 그래도 그게 자기들이 정한 룰이라니까 어쩌겠습니까, 따라야지.

   

지난주 어느 날 스타벅스에서 커피 한 잔 사 마시면서 그것이 굉장히 궁금해졌습니다. '왜 한 번에 100명분을 사든 1명분을 사든, 별을 한 개만 줄까? 이것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게 도대체 뭘까?' 스타벅스에서 진짜로 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방침을 정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순간 번쩍 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갑자기 몰려들어 많이 팔아주는 100명이나 한 번에 $100 어치를 사는 한 명의 손님이 아니라, 1불짜리 커피 1잔을 사더라도 매일 꾸준히 와주는 충성스러운 고객인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다시 말해, 어느 하루 한꺼번에 많이 팔아주고 그 다음에는 안 오는 다수보다, 1명이라도 꾸준히 하루에 1번씩 100일 동안 오는 고객을 더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입니다.

   

100명이 한꺼번에 와서 커피 100잔을 팔든지, 1명이 100번 와서 100잔을 팔든지, 수입은 같습니다. 오히려 1명이 100번을 오려면 훨씬 더 오래 걸리고 수입도 그만큼 천천히 올라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100명이 1번 오는 것보다, 1명이 100번 오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불합리해 보이는 제도를 통해 매일 꾸준히 한 번씩 찾아오는 고객의 숫자를 많이 늘림으로써 안정적 수입원을 확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더 낫다고 판단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정말로 그런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여기에 굉장한 영적 의미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저는 목사로서, 주일예배나 수요예배도 그렇지만, 특히 새벽기도회 때 어느 날은 몇 십 명이 오고 어느 날은 1명이 오는 식보다는, 매일 꾸준히 참석하는 분들의 숫자가 조금씩 늘어나는 것이 더 좋습니다. 주일예배도 갑자기 하루는 몇 십 명이 새로 몰려 왔다가 그 다음에는 전혀 안 오는 식보다는, 꾸준히 계속 오는 분들이 하나둘씩 점점 늘어나는 것이 훨씬 더 좋게 느껴집니다.

   

세례를 받는 것도 한 주에 몇 십 명이 세례를 받고 그 후 몇 년 동안 세례 받는 사람이 하나도 안 나오는 식보다는, 세례 받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꾸준하게 나오는 것이 훨씬 더 좋습니다.

   

하나님도 그러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앙생활을 할 때 어떤 때는 몰아서 굉장히 열심히 하다가 그 후 오랫동안 거의 하지 않는 식보다는, 조금씩이라도 매일 꾸준히 기도하며 꾸준히 섬기는 사람을 더 좋아하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커피 한 잔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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