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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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로스엔젤리스에 사시는 부모님을 급히 방문하고 왔습니다. 지난 번 목회편지에 쓴 것처럼, 다음 달에 95세가 되시는 아버지께서 지난 8일 갑자기 병원에 입원하셨기에, 혹시 몰라서 잠시라도 뵙고 온 것입니다.

 

막상 제가 가서 한 일은 별로 없었지만, 그래도 가기를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일단, 몇 년 전부터 허리디스크로 고생하시는 어머니께서 이런 일을 혼자 감당하고 계실 때 큰아들이 짧게라도 함께 해드린 것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태이신 아버지를 뵐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아버지께서 아들인 저를 못 알아보시고 심지어 어머니도 못 알아보시게 되었다는 점입니다. 비록 오래 전부터 귀가 잘 안 들리시고 지난 몇 달 사이 노인성 치매(dementia)로 기억력이 깜빡깜빡하셨지만, 불과 열하루이틀 전까지도 혼자 외출했다 오실 정도로 기력과 판단력이 괜찮으셨습니다.

 

그런데 지난 8일 갑자기 눈도 잘 못 뜨시고 말도 잘 못하시게 되면서, 혹시 코로나가 아닌가 하여 어머니께서 급히 911을 불러 응급실로 실려 가셨습니다. 다행히 코로나는 아닌 것으로 결과가 나왔지만, 기존의 노인성 치매에다 패혈증과 치료약물의 영향까지 겹치면서 정신이 혼미해지고 사람을 못 알아보게 되신 것입니다.

 

너무 갑자기 이렇게 되어 약간은 당황스러웠습니다. 특히 아들인 제가 옆에서 도와드리며 음식도 떠서 먹여드리고 불편하지 않으시도록 똑바로 눕혀드렸더니, 저를 똑바로 보시면서도 다른 사람인 줄 알고 자꾸 고맙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그 감사인사가 제 마음에는 오히려 아픔과 안타까움으로 다가왔습니다.

 

그 후 아버지는 제가 떠나오기 전 날인 수요일에 재활양로병원으로 옮기셨는데, 감사하게도 한국인 스태프가 있고 한국 음식도 나오는 곳입니다. 담당 의사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렇게 할 거라고 미리 일러주어서 그런 줄 알고 있었는데, 옮기시고 나서 찾아뵈려고 양로병원에 전화했더니 2주 동안은 아무도 만날 수 없다고 하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지금은 코로나 사태 때문에 2주가 지난 다음에라도 일주일에 한 번, 그것도 딱 한 시간만 면회가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 입원하셨던 종합병원에서는 자유롭게 병실로 방문할 수 있었기에 전혀 그런 생각을 못했는데, 양로병원은 규칙이 그렇다고 하니 당황스러웠습니다. 그렇다면 이제는 엘에이에 방문을 가더라도 일주일에 딱 한 번 그것도 한 시간 밖에 뵐 수 없으니, 실질적으로 아버지를 다시 뵙기가 아주 힘들어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되고 보니 처음에는 막막하고 답답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말 우리가 할 게 없고 전적으로 하나님께 맡기며 나아가야 하는 상황인 것을 깨닫습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어떠한 경우에도 주님의 선한 뜻이 이루어질 것을 믿으며 성도님들께 기도요청을 드립니다.

 

먼저, 아버지께서 몸 상태가 아주 나쁘신 편은 아니지만 정신이 혼미한 상태이므로, 올바른 정신으로 돌아오시도록 기도해주십시오. 그리고 남은 생애 동안 크게 고생하시지 않고 편안히 지내시다가 성도의 영광 가운데 하나님 품에 안기실 수 있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지든지, 실수가 없으신 하나님께서 가장 선한 길로 인도해주실 것을 믿고 날마다 감사하며 나아가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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